2011. 6. 9. 23:19 잡담

좋은 기억

뭐, 여러가지 방향에서 이리저리 짚어보고...
내가 떠날 때까지 한번도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결론까지 내려놓고 있는데...(그리고 그 가능성을 결코 적게 보지 않고 있다. 아니, 어느 쪽이냐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별로 마음이 상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뭐랄까... 오늘 상담에서도 얘기했지만, '추억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뿐.
다만, 정말 마음쓰이는 것은 그동안 버리다시피 했던 소중한 시간, 노력들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힘들다. 거기다, '이런 경험은 진작에 했어야 하는 건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역시 10년은 늦게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초조하게 느껴지고...

새사촌(?)의 연애활동도 나는 적극 지지하는 쪽인데...(전에는 집에 여자친구를 데려왔는데 새어머니가 갑자기 찾아가서 놀라서 베란다에 여자친구를 숨겼다가 들켜서 야단맞았다고 한다.-_-;) 연애를 성공적으로 이뤄서 그야말로 결혼까지 가든, 아니면 깨지고 다른 사람하고 다시 사귀고 하든 간에, 그 '경험' 자체를 너무 늦기 전에는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 그래, 인기 많아서 좋겠구나 ㅠㅠ 야자도 빠지고 놀러 다니고. ㅠㅠ

나는 뭐랄까... 그야말로 지금까지 경험이 없었으니까... 그야말로 한 사람한테 모든 것을 거는 것밖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별로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다. 서로에 대해서 말이지.

사실 내가 자살충동을 느낄 때의 대부분의 경우의 느낌도 이런 것이다. '괴로우니까 끝내고 싶다'라기보다는, '다시 시작하고 싶어'라는 쪽이랄까...(사실 죽는다고 다시 시작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뭐, 그래도 가능성은 0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나중에 따로 다뤄보고 싶은 부분이지만, 나는 물질적 영혼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국 내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이 다른 생명을 이루게 된다면 그 자체로 환생과 다름 없다고 본다.)

뭐, 종종 생각하기도 했던 거지만, 나는 서운하고 배신감을 느끼고 하는, 소위 '나쁜' 기억뿐만 아니라, '좋은' 기억들도 분명히 기억하고, 가지고 있다.



뭐, 이런 곡을 들을 때 더욱 그런 아련한 생각이 드는데...(특히 이 영상의 이미지는 내가 자주 생각하고 꿈꾸는 '바람이 부는 푸른 들판 위의, 흰 옷을 입고 밀짚모자를 쓴 소녀'의 이미지하고 딱 맞아떨어진다.) 왠지 모르게 이런 음악을 들을 때 좀 더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여유있게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의미만 있는 건 아니고 좀 체념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지만...

뭐, 내 입술에 손가락으로 립크림을 발라줄 때의 감격과, 품에 안았을 때의 그 따뜻함과 아찔함은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종종 떠오르는 여러가지 모습들이 있기도 하고...

뭐, 지금의 나는 정말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는 일까지 상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 '생각 있으면 빙수 먹으러 와(근데 진짜로 맛있어 보였다. 맨날 병원 가러 지나다닐 때마다 침을 질질 흘릴 정도. -_-;)'라고 말한 것도... 솔직히 크게 기대해서 메시지를 보낸 건 아니었다. 그냥(...) 보내본 거지. 그래도 뭐랄까, '맛있어 보인다'는 짧은 답장 자체가 나로써는 살짝 놀라웠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별로 안땡기는데'같은 답장으로 일관해도 충분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뭐, 오늘 상담에서도 했던 얘기긴 하지만, 지금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너무 극단적인 쪽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소 뭉뚱그려서 생각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전에는 좋아할 때는 너무 열렬히 좋아하고, 또 원망할 때는 너무 격하게 원망하고 해 왔는데...

요즘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다. 나에게도 '다른 사람'과의, '다음'을 생각할 수 있을까? 하는 것.
정말로 '다음'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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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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