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6. 23:58 일기장

힘들다...


여러가지로 힘들다.
지난 몇개월 전의 일 이래, 계속 힘들었다.
결정적으로 인간에 대한 희망 자체가 거의 사라져 버렸고...
블로그를 안썼던 것은 뭐랄까... 내가 블로그에 쓴 글 가지고도 나를 까는 것을 봤기 때문에 뭘 써도 그게 빌미가 될까봐 무서워서...(문제가 된 사안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주제였는데 왜 그걸 들먹이는지 납득할 수도 없었지만)

어쨌든... 그동안 정말 힘들었다.

쇼크때문에 정신과 치료도 받았고... 받고 있고... 이것도 쓰면 또 그것 가지고도 '진짜로 미쳤네'라는 식으로 비아냥댈까봐서 적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얻은 것도 있었다.
체중이 5Kg이 빠졌고...-_-;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될까 해서 시작한 운동도 꾸준히 계속하고 있어서 몸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그 건 외에도 여러 모로 신경쓰이는 일들이 많기도 한데...

다음 주 토요일에는 아버지가 새어머니하고 식을 올린다. 재혼한 것 자체는 꽤 시간이 흘렀지만(솔직히 나는 언제 했는지도 모르겠다-_-;) 식은 안올렸기에, 이번에 올리시고 그 다음날 바로 호주여행을 가신다고...

뭐랄까, 만감이 교차한다. 어머니가 투병하시는 동안 간병하면서 고생하신 것을 생각하면 '내가 드릴 수 없는 행복을 누군가 새로운 반려자가 줄 수 있다면 잠자코 행복을 빌어드리자'고 생각하곤 하지만,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또 그렇지가 않은지라...

바로 얼마 전에는 또 오랜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꿈을 꿨다. 뭐랄까, 돌아가시기 전의 꿈이라면 어차피 문제될 게 없고, 돌아가신 후의 꿈이라면 현재 항상 겪고 있는 현실이고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쇼크가 크지는 않지만... 돌아가시는 '그' 순간은 꿈에서라도 재현되는 것이 정말, 여전히 무섭고 슬프다. 그 뒤로는 한동안 밤에 잠을 잘 못자서 고생했고... 학교 일정에 지장이 생길까봐서 항우울제만 계속 먹고, 잠오는 약은 빼달라고 했는데, 다음에 갈 때는 다시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은 역시 그애에 대한 거랄까...
'누군가를 필요로 할 필요는 없다'고 한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아, 물론 그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딱 맞기 때문에 문제인 건데...

신경쓰이는 건 그런 말은 필요로 하는 상대방에게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령 상대방을 필요로 하지 않더라도 일부러 그렇게 말할 필요도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뭐랄까... 그때는 몇개월 전의 바로 '그' 일 때문에 공황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그애가 말하는 것에 일일이 신경쓸 수 없어서 크게 동요할 수도 없었지만...
그때는 그애도 (특히 그녀의 일로) 나름대로 힘들었을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론이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 건드리지 않았던 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근래 그애의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이애한테 나는 뭘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도 뭐랄까, '그' 일을 겪으면서 직접 당해본 입장에서 내 스스로 반성하게 된 일도 있고, 이런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하고 생각한 것도 있어서 근래는 싫은 소리나 원망은 안하고 있는데...

그애는 '학기중에는 바빠서'라고 했지만... 나로써는 좀 많이 서운하다. 왜냐하면, '다른 일'로는 종종 찾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전에는 이런 것을 감지하면 바로바로 얘기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는 쪽이다. 이미 한번 큰 건에서 잘 참아내기도 했고... 한가지, 내가 몰라서 말을 안하는 걸로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말을 안하는 걸로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기는 하다.) 조금 전의 전화에서도 '결혼식 끝나면 바로 서울에 가야 한다'고 했을 때 뭐랄까... 내 목소리에 감정의 변화가 반영됐다면 느낄 수 있었을 테지만... 솔직히 좀 쓴맛이 들었다. 많이... 결혼식 끝나면 바로 옆에 있는 플라네타리움에 방문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뭐, 어차피 나도 그날 서울에 올라와야 하지만. 다음날 바로 여행가셔서 내가 일요일까지 붙어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일요일에 약속도 있을 것 같다. -_-;


사실 결혼식이 있는 날에 그애가 그 일에만 신경쓰고, 식에는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면 그애에 대한 감정이 상당히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뭐...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새어머니나 아버지가 그애를 보고 반가워하실 걸 생각하면서 '잘 참아서 와주는 거야. 참으니까 그애도 배려해 주잖아' 하고 생각하려고 한다. 그렇게 계속 참아나갈 수 있게 말이지...


아, 더불어, 뜬금없지만, 근래 '요스가노소라'라는 애니를 봤는데...(야겜 원작이고, 애니도 많이 야하다-_-;) 왜 이 얘기가 나왔냐 하면... 거기 나오는 쌍둥이 남매가 있는데, 여동생이 참 까칠하게 구는데도 오빠가 어떻게 저렇게 하나 싶을 정도로 잘 참고 애정을 갖고 사려깊게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힘들다. 나와 그애 각자의 특성에 의한 건지, 아니면, 현실은 현실, 픽션은 픽션이라는 건지...
어쨌든 이런 것도 보고 이제는 좀 더 사려깊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현실이 너무... 너무 힘들다.


거기다, 그녀의 일도 장난 아니게 신경쓰인다. '신경쓰인다'기보다는 '걱정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지만... 그애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이제 슬슬 걱정되기도 하고... 뭐, 종종 다투는 일 정도야 있을 법도 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것은 좀 많이 심각해 보여서...-_-; 솔직히 그애에 대해서는 그녀의 판단이 대부분의 경우에는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나한테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그애가 엇나가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애한테 너무 모질게 대하지 말아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입장도 아니고... 뭐랄까, '웃기셔, 그런다고 그애가 눈이나 한번 돌려줄 것 같냐?'고 기가 차 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한심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_-;

뭐랄까... 그래도 부득이하게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애에 대해 적어놓은 글을 보면 나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한 술 더 떠서 무시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서글프기도 하고...-_-; '무서워서 연락을 끊어버린'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를 무서워할 일은 없는 것 같은데...(사실 오히려 그 부분을 굉장히 신경썼다. 그래서 내가 취하는 태도 때문에 '무서운' 기억을 받아서 나중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청하고 싶어졌을 때 장애가 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지... 그래서 끊임없이 여전히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도 한 거고.) 그렇다보니 무섭지 않은데도 다른 안좋은 이유로, 혹은 부득이한 이유가 아니라 악감정으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난 뭐랄까...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준 것이 아직까지 깊이 남아있는데... 언제부터인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던 거야?'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던 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로 그렇게 말했던 거야?' 하는 생각도 들고...



아 정말...

완전히 길을 잃었다.
의지가 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힘들다.

뭐랄까, 이런 생각 하면 안되지만 종종 이런 생각마저 든다.
'전에 인터넷에서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약 한번에 48알 먹고 실패했다고 했었지? 그럼 대충 100알이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_-;

아 뭐... 될 대로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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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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