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이 안좋다.

뭐랄까, 어젯밤에 잠을 통 못자서 그런가 컨디션이 영 안좋네.
단순히 '졸리다'가 아니라, '컨디션이 안좋다'고 표현하는 것은, 졸린 느낌하고는 또 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뭐랄까...
또 그애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서 의논을 했는데...
그 얘기 중에 나온 한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그러니까,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면 그애를 보호할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하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될지 잘 모르겠다.'고 하니까 나온 대답이 이거였지.
"그건 벌써 답이 나왔을텐데? 전에 여름에 그애하고 얘기할 때 그런 걱정을 했더니 '설령 그럴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게 좋다'고 했다면서? 지금도 그런데 뭐 달라질 게 있겠어?"라고 말이지.

음... 그러니까 이 얘기에서 말하는 '여름'의 얘기는 그러니까 그애가 내 방에 들렀다가 다시 서점에 들르고, 딘다이펑에 갔을 때 내 방에서 나눴던 얘기에 대한 거였지.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내가 걱정했을 때, 그애가 저런 얘기를 하기는 했었다. 말하자면, 여러 사람을 접하는 데서 발생하는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얻는 즐거움이 더 크고, 위험성은 감수할 거라는 것. 그리고 그 위험보다도 참견하는 게 더 싫다는 뉘앙스로 말이지.

음...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네? 뭐, 예전에 그녀네하고 얘기할 때도 그런 얘기를 듣긴 했었다. '남자들하고의 관계에서 험한 일 많이 겪고도 어째서 그렇게 남자들 사이에서 놀러다니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적이 있긴 했는데... 말하자면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설령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애를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뭐랄까, 걱정하는 것을 멈추려고 해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걱정해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걱정 안하게 되는 편이 나을 것 같기는 한데, 말마따나 정신과 의사의 말처럼 '친오빠라는 단어의 의미에 너무 구속돼서' 정말 친오빠같은 관계라면 설령 희망이나 개선의 여지가 없는 일에 대해서도 끝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에 무의식중에 빠져버린달까...


뭐, 그애에 대한 일로 의논하는 것의 주된 내용은 '이거 아무래도 버티기가 힘든데 연락을 하는 게 좋을까? 안하는 게 좋을까?'이다. 뭐, 일단은 보류하기로 했다. 그 사이 그애가 연락해올 가능성...이 있나? 뭐, 하지만 언젠가 연락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름대로의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있고, 그 데드라인에 근접하면 상황이나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한번쯤은 연락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론 그 전에 연락이 된다면 좀 더 생각해볼 여지가 많겠지만 지금 참지 못할 정도로 시급한 문제는 아니다.
아니, 말하자면, 은연중에 10일 개봉하는 '월드 인베이전'을 같이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니까. 사실, '연락을 한다'는 것과, '영화를 같이 보자고 청한다'는 것은 천지차이의 일이다. 다시 연락을 한다고 해도 대뜸 같이 보자고 하기도 뭣한 일이고. 어쨌든 나는 뭔가 재밌어보이는 일이 있으면 당연스럽게 그애랑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해버린다니까. 여기서 살짝 초조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개봉이 10일이니까 그 후로 근시일내에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지. -_-;
아, 그러고보면 V시트란 게 있던데, 이건 시트가 영화의 장면에 맞춰서 진동을 줘서 좀 더 실감나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라고 한다. 이번에 영화를 보러 가면 한번 꼭 V시트 상영관에서 월드 인베이전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