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8. 06:57 잡담

가면

바로 얼마 전에 생긴 핫이슈인 'X갤 여중생 사건'을 보고 문득 든 생각인데...(검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직접 언급은 피했다.)

뭐, 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그애도 그맘때쯤에 주위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물론 상황은 상당히 다르지만.)

종종 생각했던 것이, '만일 내가 그때 옆에 있었더라면 그애를 보호하고 뭔가를 바꿀 수 있었을까?'이다. 뭐, 얘기를 나눈 거에서는(물론 그애와 나눈 것은 아니다) 아예 미래에서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보호하려고 해도 그냥 '님 뭐임?' 하고 무시해서 역사(?)는 그대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런데 뭐랄까... 새삼 어떤 웹툰에서 봤던 얘기가 생각나는데...(아마 골방환상곡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가면을 쓰고, 쓰고 계속 써서 그 가면이 얼굴에 붙어있을 정도가 된다면 내 얼굴은 그 가면일까? 아니면 그 가면 안의 얼굴일까? 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건 내가 적용하려는 예하고는 좀 다르고, 오히려 의식적으로 좋은 얼굴을 보이는 것을, 세간에서는 가식적인 것이라고 흉보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의식적으로 좋은 얼굴을 보이는 것이 완전히 체화된다면 그것은 자기 얼굴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취지의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왜 이 생각이 들었냐 하면,
그애를 대할 때 나는 그애가 과거에 접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최대한 분석하고 이를 고려해서 과거에 받았던 상처들을 치료하고 현재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최대한 올바른(사실 '올바른'이라고 말하면 좀 웃기긴 하다.), 내지는 건전한 쪽으로 이끌어주려고 노력했었다. 그때문에 스스로의 욕구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억제한 것도 있었고. 그런데 그런 노력들이 좌절에 부닥칠 때가 많았는데, 지금까지 내가 그런 상황에 스스로에게 제시한 최대한의 해석은 '과거의 상처가 너무 커서 그런 것이니까 좀 더 노력하면 되겠지'라는 것이었다.

근래 드는 생각은... 만일 그와 같은 상처를 고칠 수 없다면 그것을 더이상 상처라고 불러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차라리 '흉터'라고 한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흉터라는 것은 이미 자신의 얼굴의 일부로써 수용돼버린 것이고, 과거의 경험이라는 것은 그런 얼굴을 갖게 된 계기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뭐... 항상 생각한다. '그때 내가 옆에 있었더라면 뭔가를 바꿀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말이지. 이건 그애에 대해서뿐만이 아니다. 그녀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한다.
그녀가 거처를 찾아 헤매고 있을 때 내가 모른 척 하지 않고 귀기울여 들었더라면 좀 더 안정된 보호를 제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전화가 왔을 때 그 전화를 받았더라면 그녀를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지.

결론은... 부질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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