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7. 21:55 잡담

신뢰와 불신


새삼 내가 그애에 대해서 언제부터 그렇게 불신감을 갖게 됐는지 되짚어 봤는데... 내가 이런 부분에서 생각을 하는 것은 그애에 대한 불신과 함께, 또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가 마치 상호작용을 하듯이 극단적으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내가 논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고를 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불편한 일이었는데, 왜냐하면 어느 쪽이든 간에 분명한 논리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드는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언제부터인가 그애에 대해 논리를 벗어난 수준의 불신을 갖게 됐고, 반대로 그 또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논리를 벗어난 수준의 신뢰를 갖게 되어 버렸다는 것. 사실 이렇게 된 것은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반사적으로 내 무의식이 취하게 된 행동이 아닐까 싶다. 즉, 한쪽에 불신을 느끼는 만큼, 다른 쪽에 밑도 끝도 없는 신뢰를 부여함으로써 '괜찮아, 아직 믿을 만한 사람이 있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은 것.

일단 그 비논리성 자체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어째서 그렇게 불신을 느끼는가?'에 대해 되짚어보기도 했는데... 지금 떠오르는 것은, 크게는 세번의 사건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지만, 그중 하나와 유사한 상황을 오늘 다시 겪었기도 한 느낌인데...

어쨌든, 종종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현실이 나를 얼마나 실망시키는가와는 상관없이)'내가 좀 더 믿어줬더라면 뭔가를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거짓말이 심해졌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는 여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 완벽하려고 하기 때문에 현재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자책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냥 '어쩔 수 없었던' 것 뿐이라고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지.

사실 이 문제가 지금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그애에 대한 문제에 국한돼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그 '신뢰를 부여한 쪽'이 너무나도 아련하게 떠올라서...
사실 그 쪽에 대해서도 여러가지로 마음아프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의사 선생님 말대로,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좀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자책하곤 했기 때문에...

한번 믿었던 사람은 아무리 나를 부정하더라도 나를 버렸을 거라고 생각하기가 힘들다. 사실 이건 그 사람 자체가 그만한 신뢰를 계속 부여하고 있다기보다는...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 내 존재가치를 잃어버리게 될 것 같다는 쪽에 가깝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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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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