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2. 18:59 잡담

하우스 + @

요즘 하우스(House M.D)를 다시 독파하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캐릭터중 하나라고 해서.(작중에도 얘기가 나온다.)

보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이런 캐릭터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재밌어하고, 응원하고 하지만, 실제로 하우스같은 캐릭터가 자기 옆에 있는다고 한다면 엄청 짜증날 확률이 100%에 육박하겠지.

새삼 그애가 (괴물 이야기의) '센조가하라 히타기랑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를 했던 게 생각나는데... 그 소리 들은 건 상당히 좋아하는 눈치였는데, 내가 '하치쿠지 마요이가 더 닮았지 않았나?'라고 했을 때는 '그런 캐릭터하고 닮았다고 하는 사람은 싫다'고 했었지... 그때 내가 쇼크를 받아서 또 얼굴이 완전히 굳었었지. 뭐, 지금 생각하면 가벼운 한마디를 너무 과민하게 생각한 것 같기는 한데... 뭐랄까, 이렇게 금방 심각해져 버리는 것도 아스퍼거 증후군의 한 증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_-;

아, 그러니까 왜냐하면 재미있어하는 픽션의 인물들이란 게, 실제로 '닮았다'고 하면 좀 미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그 '센조가하라 히타기'랑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멀쩡히 있는 사람 입에다 스테플러질을 한다든가, 눈을 샤프로 찌르려고 한다든가, 기타 등등, 굉장히 무섭고 위험한 캐릭터일텐데(설령 그것이 캐릭터 자체가 처한 상황에 의해 빚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것에 '닮았다'는 말을 듣는 것에 기뻐할 수만 있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하우스만 봐도 '어떻게 이 사람이 이런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거지?' 하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뭐, 픽션이니까 당연히...(뭐, 사실 나도 좁은 범위로나마 친구는 있다. 그만큼 감사하는 사람들이고, 보통 사람들보다 나를 더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뭐, 현실적인 의미로 해석한 것은, '성격이 개차반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홀대하지 못한다'는 거랄까... 사실 이런 쪽에서는 나도 어느정도 경험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마무리가 좋지 못해서 내 능력이 필요할 때만 쓰이고 버려질 때가 많았어서 그렇지. 내 전공은 영문학이 아니라고!

뭐랄까, 나도 기본적으로 내 성격이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 비춰지는지는 이해하고 있다. 그게 개별적인 사안에서 제대로 통제가 안되니까 문제지. 말하자면 표정관리가 안되기도 하고. 만일 내가 특별한 악의를 가지고 뭔가를 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냥 그만두면 된다. 하지만, 악의도 없고, 뭐가 문제인지 이해 자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일단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 자체는 이미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한 것인지를 설명하려고 하는데, 사람들에게는 이 설명하려는 것 자체가 이미 또다시 나쁜 짓을 하는 것, 변명 등등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내 입장에서 볼 때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너무나도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 역시도 파악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잘 납득이 안가는 일이 있어도 내 쪽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최대한 없애려고 하기는 하는데, 문제는 내 쪽에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세상 역시 내 삶의 방식을 용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지라... 내가 가만히 있어도 마찰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뭐, 일단 나는 하우스랑은 다르게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문제를 일으키는 거지, 하우스처럼 대놓고 악행(?)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그만큼 하우스가 어떻게 그런 인간관계를 유지하는지도 지극히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거고. 뭐, 역시 근본적으로 픽션에 태클을 거는 건 어리석은 짓이기는 하다. 다만, 내 입장에서는 '저런 성격(혹은 아스퍼거 증후군)에 어떻게 저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 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만큼 보고 내가 갈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나도 힘들게 노력중이다. 어떻게든 사람들 사이에 껴서 살아가려고... 그렇지만 아직도 한참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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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퍼스

새삼 드는 생각인데...
아스퍼거 증후군이 의심되는 분들은 어떻게 진단하면 될까 생각을 해 봤다.

그 진단 방법은 아주 간단한데,

나하고 대화를 해서 답답하고 짜증이 나면 정상이다.

...스스로 이렇게 말하는 것도 좀 웃기긴 하지만... 아마 거의 확실할 것이다.

인민의 아스퍼거를 보여주갓써!
그런데 이런 경우의 99.99%는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내 입장에서도 골치아픈 일이긴 한데...

그런데 정말 뭐랄까...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개념을 접하기 전에 자주 듣던 말들이 꽤... 일치하는 게 많다.
이 블로그에 예전에 적은 글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언급한 적이 있는 글들이 꽤 있는데...
음, 이왕 생각이 든 거니까 다음에 정신과에 가면 바로 얘기해 봐야겠다. 아니면 이미 상담 기록에 기록해 놨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상담했을 때는 상담중에 나도 모르게 내 손을 다른 손으로 파헤쳐서 모르는 사이에 피가 난 게 쇼킹했는데.

약간 공백을 두고 다다음주에 다시 상담받기로 했는데, 매주 치료를 받는 건 오히려 효율이 약간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차라리 잘된 게 아닐까 싶다. 약간 시간을 두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보고, 또 많은 것을 경험하고 해서 그런 것들을 한번에 쏟아놓으면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치료의 방향을 더 정확히 잡을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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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퍼스
음...
솔직히...
좀 전에 또 잠깐 괴로운 느낌이 들어서 고생했다. 그러니까, '그 일'이 다시 떠올라서 말이지.
어쩌다보니 '아스퍼거 장애(혹은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글을 보게 됐는데... 뭐랄까, 이거 나같은데?
아니, 이런 경우에 사실 '스스로 어떤 병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실제로는 그런 병이 없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르긴 하지만... '단어의 의미를 지나치게  세분화한다거나, 상식적으로 사용되는 의미와 다르게 사용한다'는 부분이 특히 인상에 남아서 말이지. 종종 얘기하지만, 나는 단어의 의미를 극도로 세분화해서 사용한다. 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경우에 외국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대부분 (사전적 의미는 동일하거나 거의 같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외국어가 지니는 뉘앙스와 해당 외국어가 치환된 우리말이 지니는 뉘앙스가 상당히 다르고, 우리 말로는 너무 광범위한 의미를 표현하고 있어서 세부적 의미를 표현하기 어렵거나, 혹은 우리 말로는 너무 세부적인 의미를 표현하고 있어서 폭넓은 활용을 할 수 없는 경우에 그런 것이었다. 그러니까... 상황에 따라서는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의미로 인식돼서 곤란을 겪을 때가 종종 있기도 한데...(의도치않은 타인과의 마찰이 상당부분 여기에 기인한다.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음은 물론, 인식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내가 입는 타격도 크고.)

음... 가장 기억나는 게 이게 있네.
(그애에 대해서) 그녀가 말하기를...
'차였잖아'라고 해서
나는
"아니 차인 거 아냐"라고 했고,
'차인 게 아니면 뭔데?'
"이건 퇴짜맞은 거지."
'뭐가 다른데?'
"차이는 건 사귀다가 차이는 게 차이는 거고, 이건 사귀기도 전에 그렇게 된 거니까 퇴짜맞은 거지."

라는 대화를 했었지. 그런데 뭐랄까... 명백히 의미가 다르지 않나? 아니면 요즘은 그냥 죄다 뭉뚱그려서 사용하는 건가?
심하게는
'...'와
'......'의
의미마저도 구분해서 사용했었다! 개수까지 정확히 3,6개로 맞춰서 사용했다. 4개도, 5개도 없다.(덕분에, 그녀가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해줬을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뭐...
지금도 우울증 치료는 받고 있긴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로 정신적으로 극도로 불안정한 것은 현재진행형의 문제니, 다음에 진료받으러 가면 한번 얘기는 해 봐야겠다.


어쨌든...
역시 '그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것 같다. 지금 가장 드는 생각은 끊임없이 타인을 돕는 방법 외에는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예전만큼의 비참함은 지금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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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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