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프린지'를 시즌 3까지 전부 보고 요즘 보기 시작한 외화 시리즈이다.(나는 아직까지 '미드'란 명칭보다는 이쪽이 더 입에 맞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외화 시리즈'라는 분류 안에 일드, 미드 같은 것들이 있는 건지도.)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재밌다. 재미있는 호러 영화를 시리즈로 한참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느낌이랄까...

한가지 더 느껴지는 특징을 꼽자면, '동양적인 공포'의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이 '동양적인 공포'의 느낌은 유명 FPS 게임 F.E.A.R에 대한 소감을 언급할 때도 말한 적이 있었다.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헬레이저' 등등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다소 서양적인 느낌의 공포였다면, F.E.A.R나, 슈퍼내추럴에서 느껴지는 공포는 보다 동양적인 느낌의 공포였다.

사실, '어느 게 동양적인 것이고, 어느 게 서양적인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느낌'만은 분명히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예를 들자면, 서양적인 느낌의 공포가 '유령'과 '악마'적인 느낌이라면, 동양적인 공포의 느낌은 '귀신'이랄까... 사실, '귀신'과 '유령'은 구분이 가능한지 의문이기는 한데, 어감의 차이는 상당히 있다고 생각된다.

한가지 재미있게 느낀 것은, 여기 나오는 초자연적 존재들, 그러니까 귀신(...)들이 주는 느낌은 동양적인 데 비해서, 주인공 형제가 대응하는 방식은 또 상당히 서양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즉, 성수, 은탄환, 기도문 등으로 무장해서 초자연현상들을 상대하는 것이... 이 부분은 또 묘하게 '콘스탄틴'에서 느꼈던 느낌을 받았다.

사실, '령-제로-(원래는 '령이라고 쓰고 제로라고 읽는다'가 돼야 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왠지 둘을 한꺼번에 읽어서 제목으로 삼는 듯 하다.)' 시리즈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화끈한 액션을 아쉬워하면서 느꼈던 것이, '뭔가 초자연적인 힘이 있는 총알이라는 설정으로 빵빵 시원하게 쏴대서 해결하면 안돼?'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슈퍼내추럴'이라는 작품에서는 그와 같은 '화끈한' 서양적인 해결방식을 동양적 느낌의 '귀신'들에게 적용할 기회를 줌으로써 이런 미묘한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한가지 미묘한 것이, 아직 초반밖에 보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이와 같은 '대(對) 초자연 현상' 수단들을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그렇게 자주 나오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화끈한' 수단 외의 우회적 방법으로 해결이 되거나, 혹은 '화끈한' 수단임에는 분명하지만, 대 초자연현상용으로 준비된 수단이 아닌 다른 수단(ex. 신호탄)을 통해 화끈한 연출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고 말이다.

사실 의외의 애로사항은 무자막으로 보고 있다는 것... 자막이 있기는 있는데 싱크가 개판(...)이라서 자막을 같이 보면 더 헷갈려서 그냥 무자막으로 보는 게 오히려 훨씬 나았다.

뭐, 종합적으로 볼 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물론 공포물에 내성이 약하신 분들께는 추천할 수 없지만, 애초에 그런 경우는 추천한다고 해도 보시지 않으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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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퍼스

---스포일러 주의---


이 역시 잡담인데...
프린지를 보면서 프린지에 나오는 '이쪽 세계'와 그에 대비되는 '평행세계'의 차이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이쪽 세계에서 평행세계로 넘어가서 간섭하기 전에도 이미 평행세계는 이쪽 세계보다 기술적으로 2~30년은 앞서있던 것 같다. 힌덴부르크 호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비행선이 도심 상공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기도 하고... 1980년에 평행세계의 물건을 보고 복제한 것이 모토롤라 레이저 휴대폰(...)이었던 걸 보면 그정도는 앞서 있던 것 같다.
9/11 테러의 대상은 펜타곤과 백악관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가지 묘한 것은, 평행세계 쪽이 생활/의료 과학 기술은 이쪽 세계보다 훨씬 발달한 반면, 평행세계의 관찰과 이동에 대한 과학기술은 이쪽 세계보다 평행세계 쪽이 훨씬 늦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쪽 세계에서 평행세계의 존재를 일찌감치 인식하고 그 관찰/이동 방법을 개발해냄과 동시에, 평행세계와의 충돌에 대비해서 어린 피험자들을 모아 조치(코텍시판 약물 투여)를 취했던 것에 비해, 평행세계 쪽에서는 이쪽 세계의 올리비아를 연구해서야 겨우 코텍시판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를 복제해낼 수 있었으니 말이지.
그로부터 파생된 또다른 큰 차이라면, 이쪽 세계의 월터가 바보(...)가 된 원인이 거기에 있다는 것이었다. 저쪽 세계의 월터는 미처 알아내지 못한, 평행세계에 대한 너무 위험한 발견과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지식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자신에 의해 세계의 균형이 깨진 것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스스로의 뇌 일부분을 제거하게 하기도 했고, 그 결과, 저쪽 세계의 월터는 똑똑한 채로 남아 장관까지 하고 있는 반면, 이쪽 월터는 정신병원에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평행세계의 사람들이 보이는 성격 또한 이쪽 세계와는 많이 달랐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쪽 세계보다 잔인하고 무자비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딱히 평행세계의 사람들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이쪽 세계로부터의 방문 이후, 평행세계 쪽의 붕괴가 시작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 데 대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도 했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 평행세계 쪽의 붕괴로부터 이쪽 세계와 평행세계 간의 많은 차이가 생겨났다고 생각하는데... 이를테면 이쪽 세상의 프린지 부서는 FBI 소속으로, 경찰, 내지는 수사 기관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평행세계의 프린지 부서는 국방성 소속 부서로(반대로 말해, 평행세계에서는 프린지 부서가 하는 일이 보다 국가존립에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고 보인다. 세계의 붕괴 때문인 것 같다.), 보다 막강하고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이쪽 세계의 프린지 부서의 활동이 대부분 기밀 사항인 반면, 평행세계의 프린지 부서의 활동(특히 세계가 붕괴되는 현상-볼텍스(Vortex)를 막는 데 있어서)은 국민영웅적 행위로 평가받고 인지도도 제법 있는 듯 하다(심지어 식사를 제공하고도 돈을 안받을 정도).

평행세계 쪽은 세계의 붕괴가 빈발하게 되면서 많은 부분에서 이쪽 세계보다 피폐해진 부분들이 있는 듯 하다. 이쪽 세상에서 흔하디 흔한 기호식품인 커피가 평행세계 쪽에서는 '그거 어떻게 손에 넣었어?', '또 구하면 나한테도 말해줘.' 하는 식으로, 굉장히 진귀한 기호식품이 돼 있기도 하고(그래서 저쪽 세상의 올리비아가 이쪽으로 건너왔을 때, 커피를 많이 마셨다.) 말이지.

뭐, 프린지의 이쪽 세계와 평행세계간의 충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역시 평행세계의 브로일스의 죽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행세계에서 이쪽 세계의 올리비아를 끝까지 믿어주고 스스로를 희생해가면서 도왔던 브로일스는 아무래도 이쪽 세계와 평행세계 간에, 인물의 성격 차이가 가장 적었던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물론 인적 사항은 많이 다르다. 평행세계의 브로일스는 가족이 있었다.)
거기다 이쪽 세계의 브로일스가 평행세계의 브로일스의 시신을 목격했을 때의 그 놀란 모습은... 저쪽 세계의 브로일스 많이 불쌍했어. ㅠㅠ

뭐, 프린지의 시즌4 제작 오더를 받았다고 하니, 앞으로 어떤 얘기가 더 진행될지 많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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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퍼스

2010. 12. 7. 09:08 잡담

워킹 데드


-스포일러 있을 수 있습니다-

본격 좀비(작중에서는 좀비라는 말을 절대로 안쓴다. '워커,Walker'라는 식으로 표현할 뿐.)드라마 '워킹 데드'가 드디어 6화로 시즌 1을 끝냈다.
시즌 2가 더욱 기대되는데...
뭐, 시즌 1은 나름 준수했다고 생각한다.

음...
새삼 생각해보면 요새는 일애니나 미드나 죄다 무자막으로 보고 있다.

대충 이해가 간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막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귀찮아서...-_-;
거기다 미드는 토런트, 애니는 셰어를 통해서 구하다보니 자막을 따로 구해야 하니 더 성가시다.

뭐, 워킹 데드 방영 초반에도 느꼈던 거지만 워킹 데드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드라마라는 넉넉한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서, 많은 좀비 영화들에서 빵빵빵 하고 좀비들 머리 터져나가는 것만 보여준 것과는 달리, 오히려 좀비가 된 사람들, 좀비가 되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연민과 상처를 심도있게 다룬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 좀비가 된 아내를 죽이지 못하고 고통받는 사람도 그랬고,
좀비에게 습격당해 죽은 동생을 쉽게 보내지 못해 힘들어하는 것도 그랬고,
좀비에게 물려 죽어가는 사람을 지켜보다 결국 내버려두고 갈 수밖에 없던 것도 그렇고...
혼자서 CDC를 지키고 있던 사람은 좀비가 되어가는 뇌 영상을 촬영할 수 있게 자원해줬던 사람이 바로 그의 아내였고...

뭐, 사실... 오히려 좀 더 액션을 강조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시즌 1이란 거니까 시청률에 대한 확신도 없을테고, 그만큼 예산, 연출 등에서 고려해야 할 것도 있었을테니...

음... 시즌2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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