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9. 17:17 잡담

감정의 표현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종종 나오기도 했던 얘기고, 이번주 상담에서 가장 크게 기억에 남았던 거지만...
나는 어떤 감정을 느낄 때 감정 그 자체로 자유롭게 느끼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를 검증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고.

뭐, 단순히 어떤 감정을 느끼긴 하는데, 이걸 표현하는 게 서투른 것 뿐만 아니라,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서투른 것도 상호 영향을 미치는 건지도...
상담에서 얘기했던 건데, 이런 일이 있었다.
얼마 전에 지하철에 탔을 때, 잡상인이 있는데, 그 잡상인을 보고 어떤 할아버지가 벌컥 화를 내면서 '여기서 물건 팔지 말고 빨리 가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든 생각은...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나는 이렇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내 감각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얼마 전에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무리들이 있었는데, 나는 그게 너무 시끄러워서 화가 머리 끝까지 났었다. 그때도 든 생각은,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는데,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은 역시 내 감각에 뭐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현재로써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감정을 느낄 때 그것을 '올바른가?'하는 검증을 하려고 애쓰지 말고 곧바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다. 그걸 좀 더 완곡하게, 유연하게 표현해서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는 것은 그거랑은 또 별개의 문제고.

그러니까, 그애에 대해서 발생했던 많은 문제들도 이런 쪽으로 해결방향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애에 대해서 곧바로 부정적 감정이 들 때에는 그걸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감정을 표현해도 되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가 있는 검증을 거칠 수가 없었으므로. 그러니까, 즉, 감정 자체만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애의 행적을 보고 '~라고 했지만 ~한 걸 보면 ~한 것 아니냐?'라는 식으로 근거를 제시해서 말하려고 하는 것이고.
이런 부분들을 해당 상황에서 곧바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함으로써 현장에서 상황을 종결시키고, 나중에 '뒤끝'이 남는 일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게 되면 부정적 감정들을 보다 빈번하게, 즉석에서 표현하게 됨으로써 어떤 의미로 다툼 자체는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방에 파국으로 가는 일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때는 이렇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바로 떠오르는 경우가 몇몇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그애가 청주에 왔다가 곧바로 돌아가 버렸을 때...
그러니까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하는 게 훨씬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즉, 그때 아파트 단지 앞까지 나가면서 싸우는(...) 것이다. '네가 하루 묵어간다고 해서 두분이 얼마나 신경쓰셨는데 미리 말도 하지 않고 이렇게 갈 때 돼서야 갑자기 말하는 게 어디 있느냐?!' 하는 식으로 말이지. 그런 문제가 있을 때, 그런 부분들을 바로바로 짚고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쌓여서 나중에 그애의 행적을 되짚어서 비난하는 형식이 됐던 거고...

뭐, 뭔가 변화를 만들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근본적으로 이런 변화를 만들려는 노력은 그애에 대해서만 해당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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