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4. 22:01 잡담

그애에 대한 생각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제와서 왜 그렇게 생각이 나는 건지... 한동안 잘 버텨와서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집 쪽의 다른 사람들도 아주 그애를 거의 내 결혼상대 급으로 생각하고 있는 느낌인 것 같다. -_-;
아니 뭐, 물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집에 데려오기도 했던 거지만. 나는 정말로 결혼해서 평생 같이 살고 싶었으니 말이지.

그러고보면 그애한테는 얘기한 적이 없을텐데, 새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신혼여행 가셔서도 그애 악세사리를 고른다고 동분서주하셨다고 했지. 그런데 새어머니가 '에이, 아직 이런 거 줄 때는 아니다. 정말 며느리가 될 애면 이거 몇푼 쓰는 게 아깝겠냐? 다 아직 때가 아니라 그렇지. 이런 거는 다음에 주자'고 하셨다고.
그에 대해서 아버지는 '당신도 여자라고 질투하네?'라고 하셨더니, 다시 새어머니가, '아니 딸같은 애한테 질투라뇨, 그럼 당신은 **(내 이름)한테 질투해요?' 라는 식의 얘기가 오갔다고 하셨다.
뭐, 새삼 전에 **(다른 여자애)한테는 반지까지 줬던 게 생각나는데... 물론 이건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의 일이지만서도. 애초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나를 잘 부탁한다는 의미와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주신 거였다. 그런데 이때는 나는 그애(그러니까 다른 여자애)를 데려오는 것을 극구 반대했었다. -_-; 다른 건 다 차치하고, 내가 좋아하는 애가 아니었으므로. 그러던 내가 스스로 여자애를 데려왔으니 그것만으로도 그애에 대해서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긴 했을 것 같다.


어쨌든, 얼마 전에 새이모(?)가 이사를 가서 집들이를 했는데, 집들이 가서도 그애 얘기가 꼭 나오더라.

1.
새이모부 : '같이 있던 아가씨는 왜 안데려왔어? 같이 올 줄 알았는데?'
나 : "아하하... 여기 온다고 얘기도 안했어요."

2.
새이모 : '아유, 다른 것보다 일단 상냥한 게 마음에 들더라구'
나 : "사실 바로 그게 문제인데 말이죠."
새어머니 : '아, 얘는 자기만 봐줬으면 좋겠다는 건데, **(그애 이름)는 다른 사람 보기에도 너무 상냥해서 문제라는 거지.'
나(속으로) : "아니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그러니까 그렇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내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하더라도 문제라구요!"


그것보다, 얼마 전에 있던 일 중에서 그애에 대해서하고 비슷한 일이 있었다. 말하자면 서운해하고, 황당하고, 정도에 따라서는 화가 날 만한 일이기도 했는데, 어째서인지 그애에 대해서하고는 다르게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뭐랄까, 약간 씁쓸하긴 했지만 그래도 별로 신경쓸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스로도 그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어째서 그랬을까를 열심히 생각해 봤는데... 결론은 뭐 당연하지만 그거였다.
그 상대방은 내가 이성으로써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대가 아니었고, 그런 일로 마음상할 정도로 뭔가를 그 상대방에게 갈구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아, 오해가 생길까봐 덧붙이는 거지만, 인간으로써는 지극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로 남고 싶고. 뭐, 그래도 '그 순간'에 잠깐동안, '이 사람도 나를 언젠가는 버릴 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이건 진짜 피해망상에 가까운 것 같다.
(방금 언급한 사안을 계기로) 그애가 어째서 나는 뒤로 미뤄두고 다른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데만 집중했는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다(말하자면 방금 언급한 사안도 비슷한 경우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하고 노는 것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재미가 없더라도 그 상대가 좋기 때문에 그 상대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관계지만...(이를테면 그애가 전에 사귀던 사람이 하던 게임을 그애가 같이 한 것.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애가 정말로 재밌어서 그걸 했다기보다는 그애가 사귀던 사람이 해서 같이 한다는 의미가 컸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이 부분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그애 노트북을 사던 날에 그애가 얘기했던 게 기억에 남아서이다. 같이 마작을 하던 '누군가'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무슨 노래 얘기를 하는데, '나중에 그 사람하고 듀엣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즐거운 듯이 얘기했었지.
뭐랄까, 이 얘기를 들을 때 생각나는 것은(그 이후에도 계속 생각했지만), 나한테 노래방에 가자고 마지막으로 청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난다는 것이다(이 일 이후, 이 일로부터 11개월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한번도 없었다.).
뭐, 이건 오래 전부터 인식하고 있던 문제였다. 전에 다른 누군가도 '너랑 노래방 가면 재미 없어'라고 하기도 했으니. -_-;
그런데 노래방이라는 게 정말 자주 가지 않으면 갑자기 갔을 때 부를 걸 떠올리지 못해서 멍하니 있게 될 때가 많더라.
사실 스마트폰 노래방책 어플같은 걸 다운받아서 열심히 써먹으려고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그랬던 거고...

뭐, 어쨌든... 그렇다는 거다. 나랑 노는 게 재미가 없고, 그 반대로, 다른 사람하고 노는 게 더 재미있다면 나하고는 멀어지고 다른 사람들하고 가까워질 수밖에.
마작은... 내가 그렇게 시간을 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 정도는 아는 일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애가 그 재미있어하는 마작을 포기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애초에 포기하라고 한 적도 없지만.)

마지막으로 통화할 때도 얘기했었지. '만나면 밥먹고 걷고 하는 것밖에 할 게 없는데 그건 질렸다'고 했던가...?(이 부분은 자세히 어떤 용어로 표현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대충 취지는 그렇다는 것.)
하지만 뭐랄까... 전부터 얘기하기도 했지만 나는 좀 더 많은 것을 같이 하고 싶었는데. 여행을 간다든가(전에 안면도에 아침에 가면 그날 저녁에 올 수 있게 인사동에서 차편이 있다는 걸 확인해서 얘기하기도 했었다. 우리집의 가족들이 그애하고 여행 가려고 일정도 짜고 있었고.), 천문대나 플라네타리움에 간다든가, 옷 쇼핑을 한다든가, 사격장에 간다든가 말이지...

그런데 그렇게 되기 이전에 이미 '밥먹고 걷고 할 정도의 시간 외에는 나를 위해서 시간을 내주지 않게 되어 있었다'.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시점은...
그애가 우리 학교에서 공부한다고 찾아오던 때,
그리고
내가 아플 때 병간호해준다고 찾아와주던 때

그러던 시점이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지만(개인적으로는 작년 초부터라고 본다.), 언제부터인가 그렇지 않게 돼 버렸다.
뭐, 더 쓰고싶은 것들이 많지만...
지금 쓸 수 있는 건 이정도다.
눈이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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