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1. 10:18 잡담

어투&어휘


번역을 하면서 드는 생각인데...

새삼 떠오른 거지만, 번역을 하면서 또 하나의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내가 사용하는 어휘나 어투 그 자체가 통상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그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전에 그애랑 같이 옷사러 갔을 때, 가게 점원한테 '군인같다'는 소리를 들은 것도 계속 기억나는데...-_-;
내가 말할 때는 하나도 안웃긴데, 내 말을 듣고 좌중이 대폭소하는 일이 종종 있다.

거기다, 말할 때, 외국어 억양이 섞인 것 같다는 평가를 들을 때도 있고...(이건 대체 왜 그런 거냐)

뭐랄까, 한가지 분명히 느끼고 있는 것은, 내가 구어체보다는 문어체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 뭐, 습관이 그렇기는 한데...

어쨌든 여러가지로 의사 표현에 있어서 생소한 사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내 말을 듣는 사람들이 내 말을 원래 내가 쓰려고 했던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때가 생기는 게 제일 성가시다.

한가지 또 떠오르는 것이, 전에 SNS에서 누군가가 '현학적인 것 같다'는 말을 해서 또 투닥거린 적이 있었는데...

뭐랄까, 나는 어려운 말을 다발적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현학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그저,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의미로써', '오류없이' 사용되면 말 자체의 생소함이나 어려움같은 건 별 문제가 안된다고 보기 때문에...

결정적으로 의미를 극도로 세분화해서 사용하는 나의 경우에는 경우에 따라서, 쉬운 의미의 단어로 말하는 것과, 좀 더 어려운 의미의 단어로 말하는 것에 의미 자체를 달리 부여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무리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라고 하더라도 사용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으로, '현학적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분해해 들어갔을 때, 현학적이라는 표현이 '이 말에 오류가 있다'는 의미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에는 '~해서 이건 틀린 것입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지, '현학적이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본질을 비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뭐,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현학적이다'라는 표현의 핵심을 파고들어보면, '잘난 체 한다'는 것을 (역설적이지만) 말 그대로 '현학적인' 표현으로 포장하는 거라고밖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현학적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 자체에 어떤 부정적 가치판단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때 투닥거릴 때, '자유로운 SNS라고 해서 아무 표현이나 허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하던데... 뭐랄까, 솔직히 어이가 없던 게...
"그건 내가 할 소리지"라는 느낌이 들었달까... -_-;

그런 건 모욕적이거나 명예훼손적인, 부정적 가치판단을 담고 있는 표현에 대해서 적용되는 거지, 현학적으로 '보일' 사안(최소한 이건 '지식'에 관련된 것이고, 결과적으로 가치중립적이다.)에 적용되는 게 아니잖아?

뭐, 그래도 '현학적으로 보인다'고 한다면 나는 "그건 제가 당신보다 똑똑하다는 증거입니다. 제 말에 오류가 있으면 그걸 짚어내세요. 불필요하게 사용됐다고 생각되는 단어가 있으면 어째서 그 단어가 사용됐는지를 물어보세요. 그런 방식의 논리적 접근이 아니라, '현학적이다'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제가 당신보다 똑똑하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냉소에 지나지 않습니다."라고 할 수밖에.

내가 이런 부분에 신경쓰는 것은, '다르다'는 것 자체가 타인과 충돌이 생길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있고...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할 때, 통상적으로 잘 사용되지 않아서 보기에 다소 어색할 수 있는 표현도, 나한테는 너무 익숙해서 별 문제 없이 사용될 때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음, 글을 쓰다보니 또 떠오르는 건데, 그애 옷 사러 갔을 때, 그애 옷 이것저것 챙겨보면서 가게 점원이 그애한테,

(나에 대해서) '남자친구예요?'라고 했을 때
"친오빠예요"라고 대답해서 쓴웃음을 지었는데...

그애가 탈의실에 옷갈아입으러 들어갔을 때, 나한테도 묻더라.
'친동생이예요?'라고.
뭐, '분명히 해주길 바라지만, 그래도 밖에서 친오빠라고 하는 걸 대놓고 부정해서 무안주지는 않겠다'고 한 적도 있으니...
"네, 친동생이예요."라고 대답했는데...
'에이, 아닌 것 같은데? 진짜 친동생 맞아요?'
"네 맞아요."

뭐, 역시 쓴웃음.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1. 표정 보고 알았다.
2. 왠지 그애가 새옷 입으려고 할 때, 지금 입고 있는 옷을 벗기 쉽게 해주려고 그랬는지, 아직 탈의실 들어가기 전인데도 등의 지퍼를 막 내려주더라. -_-; 그걸 보고 얼른 고개를 돌렸는데, 그걸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뭐랄까, 새삼 드는 생각이지만, 난 왜 고개를 돌린 거지?-_-;
구경을 했어야 할 상황 아닌가?(?)

음... 그런데...
'말투모에'란 거 나는 안될까?
끄응... 될 리가 없겠지...-_-;
사실 내 스스로는 나에게 '어투'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잘 의식 못하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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