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1. 22:24 잡담

바쁘다

전화를 걸었더니 '바쁘다'고 하네...
음... 뭐, 어쩔 수 없지.

이애가 바쁘다고 하는 건 '진짜로' 바쁜 거다.

뭐랄까, 새삼 드는 생각인데, 안그래도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많이 걱정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도 종종 고민하게 되는 거지만, '바쁘다'는 것이 '다른 일정이 있어서 나를 상대해주지 않으려는 것을 그 일정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넘기려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보편적 현상이라면 나 자신의 어떤 정신병, 그 중에서도 편집증적 성향의 정신병에 의한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지...

그런데,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안그래도, 전에 문자를 보냈는데도 잘 답장이 안오는 것에 대해서도,
'아, 바쁠 때 자꾸 문자보내면 그 느낌이 어떤지 아니까 내가 주의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지, '딴짓하느라 나한테는 신경도 안쓰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아니니까.

만일 그애가 그랬더라면 어떤 식으로든 서운해 했겠지.

말하자면...
그애에 한해서 이런 의혹들이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다.
뭐... 나도 가능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지만서도, 그게 그렇게 잘 안된다.
무엇보다도 반복된 경험에서 학습된 것도 있고, 또 그런 의혹들의 상당수는 실제로도 확인된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내 스스로가 다른 누구보다도 그애로부터 많은 애정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운함이 남는 게 아닐까도 싶다.

으음...
뭐랄까...

힘들지 않나?
걱정이 많이 된다.
일단 '사람을 잃는 경험'을 최대한 피하게 해주고 싶기 때문에 내 스스로 이 자리에 계속 있음과 더불어,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해서도 최대한 신뢰를 잃는 일은 없게 하고 싶은데... 설령 그게 나하고 양립 불가능한, 즉, 그애가 사귀는 사람에 대해서라도 말이지.

아, 뭐, 그게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이애한테 대해서 생각했던 거기도 하지만, 그애에 대해서도 가장 고민하게 되는 거기도 한데...
'내가 정말로 안쓰럽게 생각하고 걱정하던 사람이 사실은 그런 문제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다' 내지는, '그런 걱정을 하던 내 쪽이 훨씬 더 비참한 입장이었다'는 결론이 나올까봐 좀 무섭다.

덧: 아, 그러고보면 이번 상담 치료때 그런 말로 상담을 시작했었지.
'근래 또 무슨 일 있었어요?'라고 해서
"음... 가장 신경쓰이는 일이라면, 뭐랄까요... 어제가 제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전화 한통 정도는 걸어주기를 바랬는데, 문자만 한통 오더라구요.
그런데 전에 그애가 이런 말을 했던 게 떠올랐어요. '나는 문자 주고받는 것보다 할 얘기가 있으면 짧게라도 전화로 하는 걸 좋아한다'고요.
뭐, 제가 기대한 대로 안됐다고 해서 원망해서도 안되고, 그런 생각이 지극히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하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 돼 버리면 정말로 이런 생각이 들어서 엄청나게 신경쓰여요.
'지금 남자랑 같이 있어서 나한테 전화걸기 곤란한 상황이라 이런 식으로 문자로 때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으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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