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름을 뭘로 정하지?

뭐, 분명히 밝혀서 나도 신체건전한 수컷(?)이다보니, 성인물을 볼 때가 많은데...
전에 이 블로그를 사용하면서 성인물, 특히 성인 게임에 대한 글을 가능한 한 자제하려고 한다는 글을 쓰면서도 생각했던 거지만 참 묘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종종 발생하는 논쟁처럼, 성인물인지 여부가 작품의 작품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성인물로써도 좋은 작품들이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 중에도 별로 좋지 못한 작품들이 많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성인물에 대해서 한가지 지극히 아쉬운 점은,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다른 사람한테 선뜻 권하기가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내가 FESTA!!(FESTA!! - HYPER GIRLS POP-)를 정말 재미있고 인상깊게 하고 FESTA!!의 PS2판(FESTA!! - HYPER GIRLS PARTY -)을 구하려고 어떻게든 애를 썼던 것도, PS2판은 전연령판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여담이지만, FESTA!!는 PC판이고, PS2 판이고 죄다 망했다. -_-;)

'요스가노소라'에서도 나는 음악이 정말 좋았는데, 이 한부분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 보라고 하기도 좀 뭣하고... 거기다 제일 처음에 동생과 함께 기차를 타고 시골로 내려가는 부분에서는 그 한적하고 신선한 시골의 풍경, 동생과의 다소 어색한 감정의 교류와 같은 것들이 깊은 인상을 주었는데... 조금 더 보니 '내가 바라던' 그런 모습의 작품이 아니었던지라...-_-; 물론, 내가 그애를 대하는 데 있어서 참고로 삼기 위해서 '여동생물'을 가능한 한 많이 보려다보니 보게 된 것도 있긴 하다.(거기다 이쪽은 진짜 여동생하고 갈데까지 가는지라...)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은 'Rain memory－あまやどり－'이다. 사실 이 작품도 그렇게 작품성, 내지는 스토리가 좋다거나 할 만한 그런 작품은 못된다. 철저히 저예산에, 어느 쪽이냐면 그야말로 '뽕빨물' 급의 작품인데, '비'의 분위기를 정말 잘 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비'로부터 받는 인상은 굉장히 여러가지이다. 장대비가 쏟아질 때의 시원한 느낌, 비가 그친 뒤에 해가 개였을 때의 상쾌한 느낌, 창밖으로 추적추적 비가 내릴 때, 그걸 따뜻한 방 안에서 바라보는 아늑한 느낌 등등이 말이다.
Rain memory－あまやどり－에서는 정말 다양한 비의 모습을 보았다. 기본적으로 차를 운전할 때의 추적추적한 느낌에, 치어리더를 하고 있는 레인(히로인 이름이다)과 야한 짓(...)을 하는 첫 망상을 할 때의 느낌은 장마철에 비가 한참 내리다 잠깐 그쳤을 때의 후덥지근하고 습한 느낌이 느껴졌고, 결정적으로, 진 엔딩 외의 다른 엔딩에서 편의점 앞에 레인을 내려주고 떠날 때의 느낌은 비가 그쳐가고 해가 조금씩 드는 것이 느껴질 때의 밝은 느낌이랄까, 혹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가볍게 내리는 비를 맞는 그런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이었다. 재차 언급하지만, 작품성이 있거나 스토리가 좋거나, 심지어 그렇게 재미가 있는 작품도 아니다. 그냥 내가 분위기가 좋고, 음악이 좋은 작품은 점수를 후하게 주기 때문. 조금만 검색해보면 이 작품이 별로 평가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좋은 인상을 받는 작품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한테, '저기저기, 이런 작품이 있는데 말야, 이거 진~짜 좋다? 한번 (해)보지 않을래?' 하는 식으로 권하기가 좀 부담스러운 게 아쉬울 때가 정말 많다. 그런 만큼, 정말 좋아하는 작품들은 오히려 '이거 전연령판으로 내주면 좋겠는데... 아쉽다.'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

으음...
여러가지로 아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