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3. 19:34 잡담

Acceptance


지금은 그애에 대해서 훨씬 편한 마음을 갖게 됐다.
왜냐하면 설령 그애를 훨씬 과거에 만났더라도 그애를 보호할 수 없었을 것이고, 혹은 현재나 장래에 내가 그애 곁에 없더라도 별 문제가 될 일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즉, 내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그애 곁에 있지 못한 데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

사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데는 그녀석하고 얘기한 게 영향이 컸다. 얼마 전에 발생했던 'X갤 여중생 사건'에 대해서 생각해본 것도 있고 말이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가지 사안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그애가 수능을 보기 바로 얼마 전에 온라인 게임 길드 정모에 나간 데 대해서 내가 구시렁댄 데 대해서 '알아서 할 테니까 뭐라고 하지 말라'고 한 얘기를 들은 게 생각나는데...

설령 내가 2004년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서 그애를 보호하려고 한다고 하더라도 십중팔구 비슷한 반응이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내가 없었기 때문에 그애가 힘든 일을 겪은 것이 아니라, '그애니까' 그런 힘든 일들을 겪었다는 뜻이다. 아, 물론 그런 일을 겪은 것이 그애의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애는 내 존재 여부와는 무관하게, 그때그때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선택지를 골랐을 뿐이고, 내가 있다 하더라도 그애가 그 선택지를 고르는 것을 포기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즉, 그애가 사귀던 사람이 그애를 괴롭힌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그 말을 듣고 다른 선택지를 고를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 그애는 싫어하는 사람하고 억지로 사귀거나 했던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골랐지만 그게 안좋게 흘러간 것일 뿐.(아, 물론 결과적으로 나중에 억지로 사귀게 됐다거나 한 건 별개의 일이다.)

그러니까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건 이미 그애가 수능을 볼 때를 전후한 일에 대해서 내 스스로가 겪어본 일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그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앞으로 내가 없어서 그애가 불행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애는 그애가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선택지를 선택해 나갈 것이고, 그에 따른 결과를 만나게 될 뿐. 지금도, 그애는 나에 대해서 신경쓰는 것보다 다른 일, 다른 사람에게 신경쓰는 것을 더 나은 선택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를 잃게 된 것이고, 그애가 그 선택으로 불행해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나 자신이 역시 내가 선택한 '그애와의 결별'에 대해서 불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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