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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1 루시퍼 이펙트




오늘 서점에 가서 산 책 중에 '루시퍼 이펙트'란 책이 있다(내가 읽을 건 아니지만. 난 전에 다 읽었다.). 사실 이 책은 진작부터 인상깊게 생각해서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오는 8월 11일에 개봉하는 영화 '엑스페리먼트'를 보자는 얘기가 나온 김에 생각이 나서 사게 됐다(사실 이 책에 대해서는 전에도 단문의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장문의 글도 있었을지도 모르고).

이 책의 내용은 어떻게 환경에 따라서 선량한 한 개인이 악한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실험 결과와 갖가지 사회현상들을 통해서 진지하게 고찰한 내용인데, 평소에 항상 '선과 악'에 대해서 크게 고민해왔기도 해서 읽었을 때의 감동이 더욱 큰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스탠포드 감옥 실험'이라는 사회학/심리학 실험의 총 책임자였던 '필립 짐바르도'이다.
이 '스탠포드 감옥 실험'에서는 자원한 각각의 참가자들을 일부씩 나눠서 간수와 죄수의 역할을 맡기고, 실제 감옥에서의 간수와 죄수와 같은 입장에서 일정 기간을 보내면서 그들의 행동 형태를 분석하고 그를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데 유용한 자료로 사용하게 된다. 죄수들은 이름이 아닌 모두가 번호로 불렸으며, 간수들은 모두가 똑같은 제복과 눈을 가릴 수 있는 선글라스를 지급받음으로써 철저하게 상호 익명성을 전제로 하여 실험이 이루어졌다.

이 실험은 피험자들의 상태가 급격히 안좋아지고, 통제불능상태가 되는 바람에 피험자들의 안전 자체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졌다고 판단되어 2주로 예정됐던 실험이 단 6일만에 조기종결하게 되었는데, 주된 결과는

'간수의 입장을 맡은 피험자는 죄수 역할을 맡은 피험자들을 대하면서 점점 잔인하고 가학적인 성향을 띠게 된다'는 것이었다(물론 그 결과로 죄수들의 심리상태는 지극히 불안하게 되었으며, 광란 상태에 간다든가, 신경쇠약에 걸리기까지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된 것은, 이 실험의 피험자들은 간수 역이나 죄수 역을 떠나서 모두 건강한 정신과 육체의 소유자들을 선별해서 실험에 참여시켰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이라는 요인에 의해서 악한 성향을 띠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 실험은 비슷한 형태의 유명한 실험인 밀그램의 복종실험과도 큰 관련이 있다. 다소의 차이가 있다면, 밀그램의 실험에서는 피험자가 실험 주관자라는 '권력자'에 의해서 엄격한 양심의 판단력을 잃어버리게 된 반면, 스탠포드 감옥 실험에서는 여러 명의 피험자들의 상호작용과, 그들에게 주어진 지위에 의한 '환경적 권력'에 의해 양심의 판단력을 잃어버리게 된 정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이 밀그램의 실험은 그 윤리/도덕성에 심각한 비판이 가해지게 되어, 결국 심리학자 윤리강령을 제정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여기서는 '시스템', 내지는 '체계'가 한 인간을 어떻게 타락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진지하고도 수긍이 가는 형태로 서술되어 있다. 지금까지 모두가 악한 행동을 개개인의 도덕적 문제나 병적인 현상으로 치부시켜왔고, 그에 대해서 발전한 개념이나마 '외부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소극적 판단이었던 것을 넘어서서, 어떻게 환경이 개개인을 적극적으로 악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다루었다. 즉,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악'한 현상들에 대해서 그 행위를 일으키는 개개인의 책임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의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감동적이었던 것은, 이와 같은 환경, 혹은 조직 내에서 개개인이 매몰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과오에 대해서 개개인의 엄격한 도덕적 판단과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필립 짐바르도는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해서 강연을 한 적도 있는데, 이 강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루시퍼 이펙트 본문 중에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악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영웅적 행동이 필요합니다. 특히,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영웅적 기지를 장려해야 하죠. 아이들 스스로, "난 준비된 영웅이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면 영웅답게 행동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길 바랍니다.'
'영웅이란 바로 영웅적 행동을 한 평범한 사람을 말합니다. 이는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진부함"과는 대조되는 입장이죠. 전통적인 사회적 영웅들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예외적이죠. 평생을 영웅담으로 보낸 인물들이며, 그래서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생략- 이제 아이들에게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으며, 영웅적 행위는 드물다는 것을 일깨워줘야 합니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이 대목 바로 뒤에 이라크에서의 포로 학대를 고발한 한 사람의 얘기가 나왔는데, 그 사람은 결국 자신과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에 3년 동안이나 숨어서 지내야만 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와 같은 어려움에 저항했기 때문에 더욱 더 영웅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말하자면, 그와 같은 영웅적인,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체계' 자체가 잘못돼 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지켜지지 않은 당연한 일이니만큼 더 영웅적인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어째서 여기서 언급된 포로 수용소나 통제된 실험상황뿐만 아니라, 수많은 체계에서 '체계'는 그 체계의 올바름에 대한 검증보다도, 올바름이 검증되는 상황을 통해서 체계에 대한 검증까지 이루어지는 것 자체를 극렬하게 거부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이 두 부분(사실 한 부분인데, 내용적 구분을 위해서 끊었다.)이 가장 인상깊었던 이유는 바로 두가지 뜻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첫번째는 후자의 단락에서 나오는 것인데, '영웅이란 것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서 영웅적 행동을 하기를 선택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즉, 우리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항상 엄격한 도덕적 판단을 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 그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용기의 의미를 이 강연을 보거나, 책을 읽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름대로 자신들의 가슴 속에 새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두번째는 첫번째 문장에서 나오는 것인데, 즉,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 판단력을 갖추어 나갈 기회를 가지는 아이들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그들이 올바른 판단력, 영웅이 될 수 있는 용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우리 모두가 도덕적 기로에서 영웅적 행동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후세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용기를 길러줘야 할 사명을 갖고 있다는 것, 이것이 더욱 더 가슴을 벅차게 했다.

새삼 이 책의 내용을 읽고 되새길 때마다, 선과 악에 대한 고민을 다시 되새기게 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책을 덮으면서 오늘을 어떻게 보냈나 반성하고, 내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숙고하게 된다.





<필립 짐바르도의 강연. 대체적인 내용은 그의 저서인 '루시퍼 이펙트'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직접 육성으로 듣는 것은 또다른 감동과 깊은 인상이 있기 때문에 함께 올려봤습니다. 'View Subtitles'를 클릭하셔서, 'Korean'을 선택하시면 한글 자막이 있는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는 8월 11일에 개봉하는 엑스페리먼트 재밌게 보세요. 저도 기대하고 있답니다. 예전 엑스페리먼트보다는 오히려 프리즌 브레이크에 가까울 듯한 느낌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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