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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2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생각 1
최근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어서 시끄러운데...
흔히 '어떻게 봐도 당연히 우리 땅인데 왜 자꾸 찝적대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다른 건 차치하고 국제법적 관점에서 이 사안을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국제법적 관점에서도 '당연히' 우리 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좀 복잡하다. 아니, 일본 땅이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좀 복잡하다.)

국제법상 영토주권을 가질 수 있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국가'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때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기 이전에 우리가 국가로써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주장하기가 미묘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국제법이 어떤 계기로 발달하게 됐는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차 세계대전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강대국들의 식민지 쟁탈전이었다. 각국이 앞다퉈 식민지를 넓혀가는 상황에서,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든 국가들끼리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고, 이것이 발단이 되어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에, 강대국들은 식민지 확장에 있어서 강대국들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규칙'이 없으면 또다시 세계대전의 참화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국가간 관계에 있어서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는 당연히 식민지 확장과 지배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졌고, 피식민국에 있어서는 불합리한 부분들도 많았다.

즉,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식민지 지배를 뒷받침하고 정당화하기 위해서' 국제법의 발달이 이루어졌다고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영토 주권을 갖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그 주체가 '국가'이어야 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삼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가 못했다.

'부족 국가'는 국가로써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곧, 부족 국가는 영토주권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국가'와 '부족 국가'를 가름하는 기준이 불분명한 것이 문제가 되는데... 사실 이 당시 강대국들 사이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여기 낀 우리(강대국)들'은 국가고, '우리가 식민지로 삼은(을)' 땅에 있는 원주민들은 부족 국가로 간주해버리면 끝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적 점유관계까지도 넘어서는 것으로써(즉,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면 역사적으로 해당 지역을 점유하고 있었더라도 영유권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이를테면, 북아메리카 대륙은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아메리카 원주민(소위 말하는 '인디언')들이 점유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는 현 미국인들, 아메리카 원주민들, 타국 사람들까지도,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즉, 우리가 독도에 대해서 특히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역사적 사실관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현 미국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한 것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북아메리카 반환 얘기가 거론되지 않는 것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부족 국가(혹은 그냥 부족) 이하로 취급함으로써 영토 주권 보유 여부를 논의할 가능성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조선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일본의 전면적 식민 지배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부족 국가'밖에 없었다고 취급되는 상황마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태평양 전쟁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조선 식민 지배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관계였다.

우리가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이론의 여지 없이(반대로 말하자면, 꼭 이게 아니라도 영유권의 주장 자체는 가능하다. 공격받을 여지가 있어서 그렇지.) 주장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1. 조선이 독도에 대한 영토주권을 가질 수 있는 국가로 인정
2. 조선은 독도에 대한 지배권을 갖고 있었음
3. 대한민국은 조선의 국통을 이은 국가

그런데 이게 전부 100% 인정된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1번이 인정이 안되면 3번은 당연히 인정이 안되는데, 1번 자체가 당시 국제법 관계상으로는 미묘한 부분이 있어서...(즉, 당시의 강대국들 사이에서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식민 지배가 인정됐던 만큼, 조선은 부족국가로 간주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미국에 대해사도!) 덧붙이자면 삼국시대의 고구려, 신라, 백제를 우리나라는 한 민족이 세 나라로 갈라져 있던 것으로 인식하지만, 외국 사학자들 사이에서는 셋 다 서로 다른 부족국가로 인식된다. 쉽기 말하자면, 국제관계에서 국가를 결정짓는 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민족'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민족적 동일성이 있는 경우에는 동일한 국가로써 이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크게 위험한 생각이다. 즉, 외국 사학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고조선,신라,고구려,백제 등등등은... 전부 다른 고대국가다. 단순히 '한 민족이 갈라져서 나라를 세웠다'가 아니라, 그냥 '다른 나라'라는 것이다. 더불어, 애초에 국제법 주체로써의 국가로 인정되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말이지. 즉, '같은 민족'이라도 이 시절에 만들어진 독도 영유권 문서같은 경우는 국제법상 효력이 없다.
반면, 2번은 비교적 입증이 쉬운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제시하는 각종 역사적 유물이나 그를 토대로 한 근거들은 2번을 입증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이같은 것들은 국제법상 효력이 있는 증거로 인정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1번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3번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겠지만, 우리나라가 많은 타국에 대해서는 조선을 이은 국가가 아니라, 신생국가로 취급되고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즉,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국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가, 태평양 전쟁에서의 일본의 패망을 계기로 새로 설립된 국가로 취급된다는 것.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증명하는 것은 주로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는 데 집중해 왔다. 분명히 좋은 일이고, 가치있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는 데에만 집중하면 예상치못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나라가 제시하는 삼국~조선시대의 근거들에 대해서는 이런 평가가 가능해진다.
신라나 조선이 독도를 지배하고 있다고 명시한 문서도, 왜(일본)가 독도에 대한 한반도 국가의 지배권을 인정하거나, 독도에 대한 접근을 금하는 문서가 있더라도, '어차피 그 문서의 주체들은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국제법상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고 처리돼 버릴 수가 있다.
한마디로 보자면,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는 둘 다 국가가 없었는데(즉, 그 당시에 독도에 대한 영유권 관계를 다루고 있는 문서들은 실효성이 없다.), 영토 주권을 가질 수 있는 근대 국가를 먼저 세운 것이 일본이고, 일본은 부족 국가에 머물고 있던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독도에 대해 국제법상 인정되는 영토주권이 처음으로 설정될 때의 주체는 바로 일본이라는 식이다.
극단적으로는 조선시대 이전의 역사적 자료들이 아무 의미도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국제재판 체계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식민지주의에 근거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하지만, 어디에나 위험성은 존재하는 거니까... 거기다 이건 그렇게 작은 위험성도 아니다.
우리는 독도가 역사적으로, 현실적으로 '당연히' 우리 영토에 속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진지하고 심도있는 논의와 주장이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카레가 인도음식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나머지, 카레에 대한 권리를 지키려는 인도 측의 어떤 노력도 없었고, 일본이 카레에 대한 특허출원을 하는 일까지 발생했던 적이 있었다. 이런 사안을 되새겨서 우리도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되돌아보면서 좀 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Posted by 루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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