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2.02 SNS가 인성을 파괴한다?

얼마 전에 이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새삼 인터넷 보편화 초기, 혹은 PC통신 중흥기에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던 적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술의 발달로, 지금은 그야말로 '언제 어디서나' 타인과 소통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각 매체의 장점과 단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점은 예상이 가능하지만 말이지.

문명의 발달이 인간성을 파괴할 것이라는 두려움, 혹은 그 두려움의 현실화는 오래 전부터 이루어진 것 같다. 길게 거슬러 올라가자면 19세기 초기의 러다이트 운동으로까지 갈 수도 있을 수도 있겠다. 물론 러다이트 운동 자체는 발달된 문명 그 자체에 대한 성찰과 반성적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밥그릇'의 문제가 크게 결부되긴 했지만, 이때부터 문명의 발달과 그로 인한 인간성의 매몰에 대한 고찰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인터넷과 SNS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와 같은 부정적 측면은 존재한다'는 쪽이다. 다만, 그와 같은 부정적 측면이 인터넷이나 SNS와 같은 기술/의사소통 수단의 발달 그 자체로 인한 것이냐고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이나 SNS는 하나의 기술이며, 그야말로 완전히 가치중립적이기 때문이다. 즉, 인터넷이나 SNS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그 주된 원인이 있다고 보는 쪽인데...

이것은 사람의 특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즉, 사람이란 것은 99명의 선한 사람보다 1명의 악한 사람의 영향을 크게 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사람이 지금까지 만나온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선량하고 합리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단 1,2사람의 광신적, 혹은 종교를 빌미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기독교인을 만났더라면 기독교에 대해 지극히 안좋은 인상을 받게 될 것이며, 또한 실제로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이와 같은 형태로 자리잡았다고 보인다.

즉,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서는 부정적 영향의 파급력이 훨씬 강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인터넷이나 SNS와 같은 경우는 그와 같은 사람 대 사람의 관계를 극도로 즉각적이고 광범위하게 형성시킴으로써 '악한',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과의 접촉 가능성을 극도로 높일 수 있다는 데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SNS의 형태에 따라서도 상당히 독특한 방향으로 갈라진다는 생각이 든다.
플레이톡(전에는 '모 SNS'같은 식으로 칭했지만, 현재는 서비스가 중단됐기에 실제 서비스명을 사용했다.)과 같은 경우는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들이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라운지'라는 개념이 존재했다. 이 '라운지'는 종종 운영자의 판단에 따라 사라지곤 했는데, 사용자들에게 있어서는 이 기능이 너무나도 편리하고 익숙했기 때문에, 라운지가 사라질 때마다 많은 불만과 불편을 성토하곤 했다.
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경우는 '라운지'와 같이 불특정 다수가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형태의 장소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페이스북은 그 정도가 더욱 강해서 페이스북 회원이 아니라면 다른 회원의 계정에 접속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고 말이지.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경우의 예를 볼 때, 플레이톡에서 회원들이 불만을 표하게 된 주된 원인은 '라운지'의 부존재 자체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형태의 기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잘 운영되고 있는, 오히려 번성하고 있는 SNS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말하자면, '처음부터 없었으면 아무 말도 없었을 것을, 잘 있던 것을 빼앗아갔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생겼다고 보인달까...

어쨌든, 각 SNS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 보았다.
플레이톡과 같은 경우는 라운지의 개념이 존재함으로써 불특정 다수간의 소통이 장려되고, SNS 전체가 활성화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혀 모르는 사용자간의 직접적 접촉이 전제됨으로써 사용자간의 마찰이나 악영향을 주고받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위험성도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경우는 라운지와 같은 개념이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기본적으로 상호간의 소통은 이미 친분관계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타인의 글을 '관찰'하는 데는 트위터는 무제한, 페이스북은 계정 보유만으로 충분하기는 하지만, 이건 '소통'이 아니니까... 거기다, 그 '관찰'조차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어떤 대상을 특정해서 능동적으로 관찰이 이루어져야지, 불특정 다수에 대한 관찰이 소극적인 상태에서도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미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간의 상호작용을 소통의 전제로 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원만한 소통이 가능한 장점이 있는 반면,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이 촉진됨으로써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장점은 가지고 있지 않다.

뭐, 그런 의미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곳에 올라오는 글들이 좀 더 개방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느낌도 들기는 한다. 얼마 전의 아덴만 여명 작전 관련 트위터 글들이 '무개념 글'이라고 올라온 글들을 모아서 게시한 것을 봤는데...




물론 나는 이와 같은 의견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오해할까봐 그러는 건데, 나는 절대로 진보(물론 보수도) 성향도, 반 MB도 아니다. 이전의 연평도 포격 사건때도 나는 철저히 '강경파'기도 했다. 이전에 쓴 글을 보면 확인 가능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방/외교 부문에서는 초강경파기도 하고.(경제/내정 분야에서는 복지지향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와 같이 다양한 생각들이 자유롭게 게시될 수 있다는 점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트위터에 올라온 글들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소통하는 사람들이 볼 것을 전제로 해서 작성된 것(물론 유명인들은 좀 다를 것이다. 이들은 불특정다수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므로.)이고(더우기, @아이디로 시작한 글들은 상대방한테 직접 '보내는' 글인 만큼, 타인이 읽을 것을 전제로 한 글이 절대로 아니다. 물론 노출은 될 수 있지만. 또한, 의견+RT @아이디로 시작한 글들은 타인의 글에 '의견'을 제시하는 글인 만큼, 글이라기보다는 댓글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자유로운 생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불특정다수의 트위터 글을 실시간으로 수집해서 보여주는 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별도의 서비스이고, 트위터 자체가 이런 서비스를 지원하지는 않는다. 페이스북은 애초에 계정이 없으면 타인의 글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실시간 수집/게시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하고.
근본적으로 나는, '기분나쁜'과 '비난할 수 있는'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쪽이기도 하다.(사회생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걸 혼동하는, 혹은 동치시키는 게 굉장히 성가신 일인데... 사람들은 '기분나쁘면 비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뭐 개인적으로는 '라운지'와 같은 형태가 존재하는 SNS에서 데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트위터나 페이스북(특히 근래는 페이스북)과 같은 쪽이 더 성미에 맞는다. 물론 그렇게 '데이기' 전까지는 나도 라운지가 없는 SNS라는 것은 쓰기 불편해서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고, 라운지 폐쇄에 대해서 불만을 성토하는 쪽이긴 했지만. -_-;

생각난 김에, 이렇게 해적에 관련된 트위터 글들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는데... 서로 완전히 극단적인 입장의 글들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 인상에 남는다. 왜냐하면, 불특정 다수의 글들이 실시간으로 한곳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사용자들의 의견이 한곳으로 집중되는 경향성을 띨 수 있고, 그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의 경우에는 게시 자체가 포기되거나, 혹은 게시된 경우에도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 사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과장하자면, 무기명 투표와 거수 투표의 차이 정도랄까.

현재 가장 눈에 띄는 사안은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선장 몸에 박힌 총탄이 해적의 7.62mm탄인지, 아군의 9mm탄인지에 대한 각자의 주장이다.
혹자는 한국 정부가 선장이 아군의 총탄에 맞은 것을 해적의 총탄에 맞은 것으로 거짓말을 한다면서 욕하는 글을 올리고, 또다른 혹자는 그와 같은 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한심하다며 욕하는 글을 올린다. 굉장히 독특한 것은 이와 같은 글들이 서로 굉장히 근접해서 연속적으로 올라온다는 것이다. 즉, 완전히 상반되는 입장을 가진 상호간에 서로 직접적인 접촉 및, 그에 따르는 마찰이 상당부분 차단되며 SNS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여기서 '라운지'와 같은 시스템이 존재했다고 한다면, 운이 좋아 봐야 싸움, 운이 나쁘면 다구리(...) 치는 일이 높은 확률로 발생했을 것이다.

뭐, 쓸데없이 설명이 길어지기는 했는데...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소통이 쉬우면 서로간에 악영향을 받기도 쉽고, 소통이 어려워지면 그럴 가능성도 줄어든다. 각 SNS를 운영하는 운영진의 판단에 따라서 어느 쪽에 더 기운 운영을 할지가 정해질 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어떤 SNS, 내지는 그와 유사한 매체든 간에, 그것의 '사용자'에 순기능과 역기능이 달렸다는 원론으로 회귀하게 된다면, 글쎄...
나는 현재, 인간의 보편적 선함에 회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보편적 선함'에라는 것도 많이 타협한 것이고, '완전한 선함'이 아니라면 악영향은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그러니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99명의 선한 사람보다 1명의 악한 사람이 가지는 영향력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볼 때는 SNS니 스마트폰이니 하는 게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만일 상대를 앞에 두고 스마트폰(내지는 스마트폰으로 하는 SNS)에 몰두하고 있다면 그건 스마트폰(내지는 SNS)의 문제가 아니라 앞에 있는 상대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뭐, 나도 원래 그애하고 있을 때는 전화도 싸그리 무시(...), 문자가 와도 절대로 받지 않았다. 단 한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건 작년 초에 코엑스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그때는 일부러 그애 눈앞에서 다른 사람과 문자를 주고 받았었다. 다소 마음이 상해 있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던 의미도 있었고...-_-;

결론을 어떻게 내야 할지 상당히 고민이 되는데... 어쨌든, 지금 글을 쓰면서도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또 이 글 가지고 뭐라고 욕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_-; 이게 무슨 꼴인가 싶기는 한데... 그 짐은 평생 안고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대한 무난하게 결론을 내리고 싶은데... 뭐, '인간성의 상실을 기술의 발달 탓으로 돌리기 보다는, 어차피 그 편리성을 포기할 수 없다면 좀 더 인간 대 인간 사이의 소통에 대해서 끊임없이 돌이켜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디지털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엑스페리아 X10 미니 프로 어플리케이션 시험  (7) 2011.02.15
엑스페리아 X10 미니 프로 수령 완료  (0) 2011.02.15
드로이드 X  (0) 2011.01.02
코원 D3  (0) 2010.12.29
Bywifi에 대한 생각...  (0) 2010.10.31
Posted by 루퍼스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루퍼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