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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02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의 신중함의 필요성
잠이 너무 안와서 적어보는 글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속이 끓어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물론 이 일때문에 끓고 있는 건 아니다.)
뭐 ,한번쯤 다뤄보고 싶었던 주제기는 한데, 이렇게 잠을 한참 안잔 상태(지금이 4시 5분)에서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을지 좀 의문이긴 하다.

내가 이 주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이외수 작가가 됐다. 시기적 계기는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이외수 씨의 트윗이 올라온 때가 계기가 됐고.

그때 이외수 작가는 '천안함 소설쓰기는 나도 못당하겠다'는(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는 '내가 졌다'로 돼 있다고 하는데... 이 쪽이 더 의미가 명확하다고 생각돼서 수정했다.) 트윗을 올렸고, 다들 이를 퍼나르면서, '봐라, 이외수 작가도 정부가 사실을 날조한다고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정부조작설에 힘을 싣는 근거로 사용됐던 상황이었다.

이 사안에 대해서 한가지 의아했던 것은, (내가 어느 쪽이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하는지는 제쳐두고서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데 대해서 어떤 과학적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이외수 작가는 무기, 선박, 재료공학 등, 본 사안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 관계되는 어떤 분야에도 전문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본 사안에서 이외수 작가가 보인 입장은 순수히 정부비판적 시각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천안함 사건같은 경우는 100% 가타부타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물론 전에도 적은 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가장, 매우 높게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외수 작가가 사회문제에 대해 보인 시각에 문제성이 있다고 보여진 경우는 이 경우만이 아니었다.

훨씬 이전의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이외수 작가는 'MBC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황우석 박사 죽이기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식의 황우석 박사를 옹호하고, (당시에 PD수첩을 통해서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을 까발린) MBC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사안은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이 사실이었음으로 드러났던 것이다.(논문이 진짜였다고 하더라도 연구 과정에 엄청난 도덕적 문제가 개입돼 있음은 또 별개다. 이를테면, 연구원들로부터 난자 기증을 받았다거나. 별 문제 없을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상 연구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연구 책임자에 대해 난자를 기증하는 것은 자유로운 선택의 여지가 매우 좁아진다.)

즉, 정리하자면 이것이다.
'본 사안에서 이외수 작가의 견해가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해서는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견해에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이끌어내기 위한 근거가 전무하다는 것만은 확언할 수 있으며, 이미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이끌어내야 하는 또다른 사안에서 잘못된 결론을 내린 적이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말이다.


이외수 작가의 견해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 이외수 작가가 가장 많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비유적으로 얘기한 것 뿐인데 왜 곧이곧대로 듣느냐?'는 것인 것 같다.(혹은, '행간을 읽어야지'라거나 '농담으로 말한 걸 왜 진지하게 이해하느냐?'라거나.) 한참 전에도 봤는데, 오늘도 또 보이는 걸 보면 주기적으로(?) 쓰는 글같기도 하고... 글쎄... 난 이와 같은 반응을 보면서 매우 씁쓸함을 느끼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본인의 글에서 발생하는 논란이나 문제의 소재를 읽는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와 같은 반응은 스스로가 가진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유명 작가, 기타 유명인으로써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발언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인식해야 하며, 그만큼 발언에 있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즉, 자신의 발언이 어떤 형태로 해석되지를 항상 염두해야 하며, 그 가장 기초에 있는 것은 문장이 가진 가장 기본적 의미이다. 특히,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다룰 때에 있어서는 '댁이 알아서 알아들어야지'같은 반응은 무책임하기 그지없을 뿐이다.

나는 이와 같은, '비유적으로 쓴 것 뿐인데 왜 곧이곧대로 듣느냐?'는 반응은 솔직히 작가 본인이 원하지 않는 반응을 선별적으로 거부하기 위해서 취하는 입장같다. 이를테면, 정부비판적인 '비유'를, 역시 진지하게 해석해서 정부를 까는(...)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어째서 곧이곧대로 듣느냐?'는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스스로 주장하는 '농담'은 정말로 그것을 진지하게 해석하는지 여부와는 별로 상관없이, 원하는 반응을 선별하고 반론을 묵살하기 위해서 보이는 반응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반응에 대한 대처는 상당히 미묘하다. 이를테면, 전에 버스 정류장에 '쥐 그림'을 그려서 문제가 됐던 사람이 있었는데... 사실 이 '쥐 그림'의 진짜 의미에 대해서는 그린 사람도 알고, 그림의 소재가 된 사람도 알고, 우리도 알고 있다. 까놓고 말해서 대통령 까려고(...) 그린 의미라는 것을. 물론 이걸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한 답은 사실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모욕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보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웃자고 한 일에 왜 죽자고 달려드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건 솔직히 뻔뻔스럽다고 생각한다.(여담이지만,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조정해야 한다는 쪽의 입장이다. 적어도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아, 다른 게 아니라, 전의 '그 일'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생각했던 건데... 나는 전에는 소위 말하는 '최진실 법'같은 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 법이 악용될 수 있는 것을 더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해당 법안이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을 겪고 나서 보니, 인터넷상에서 너무나도 쉽게, 죄의식 없이 이루어지는 범죄에 대해서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됐다. 전에 인터넷 강사가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에 대해서 모욕죄로 고소한 데 대해서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는 식으로 비판적인 입장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고소를 적극 찬성하고 지지한다. 한가지 묘한 건, 이외수 작가 자신도 인터넷상에서 발생한 모욕행위에 대해 고소한 적이 있다는 것. -_-; 이런 데 대해서 '웃자고 한 일에 왜 죽자고 달려드냐?'는 반응이 나온다면 뭐라 할까?)
이런 경우의 당사자의 입장은 지극히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입장에 동조해서 대상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사람들과는 손발이 맞아서 말마따나, '진지하게' 대상을 까면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왜 진지하게 반응하냐?'는 식이기 때문이다.

뭐랄까... 어렸을 때 이외수 작가의 소설(특히 '황금비늘')을 읽으면서 감동받았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남아있어서 더욱 씁쓸한데...

각설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들은 자신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발언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입장을 밝히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도 나름대로의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도 있고, 그걸 표현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같은 입장을 표명하는 데 치중해서, 정치적 입장과는 별개로, 과학적, 사실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서 자신의 영향력 자체를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함으로써 올바른 판단을 흐리는 일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 글을 가능한한 퍼가는 일은 자제해 주십시오. 불필요한 싸움을 벌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외수 작가의 트위터에 보낸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사양합니다. 왜 이 글을 적냐 하면, 예전에 삼성 트위터에서 제 블로그에 온 로그가 있어서 살펴보니 누가 삼성 비판적인 제 글을 삼성 트위터에 보냈던 적이 있어서...-_-; 뭐, 정 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막을 수는 없겠습니다만, 어쨌든 제 입장은 그렇습니다. 이상입니다.

Posted by 루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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