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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30 쿠레나이+지향하는 작품에 대한 생각

잠깐 짬이 나서(라기보다는 모니터를 쉬게 하기 위해서) '쿠레나이'를 다시 잡았는데...

4권 말미에 나왔던 말이 기억에 남았다.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악이 강하다. 하지만, 악이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우연이 겹쳐서 선이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랄까...

뭐랄까...
내가 생각하는 이 세상의 모습과 같달까...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같은 의미를 약간 다르게 말한달까, 반대로 말한달까 하자면...
'그야말로 극적인 예외가 없는 한은 악이 이긴다'는 느낌이랄까...

뭐, 쿠레나이라는 작품, 혹은 카타야마 켄타로라는 작가 자체가 염세적 세계관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그만큼 많은 비판도 받고 있지만, 나로써는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주고, 현실감이 크게 느껴진다.

아니, 이건 뭐랄까... 비관론에서 나온 결론이라기보다는 여러 사례를 접하고, 또 나름대로 이유를 고찰해본 결론이다.
말하자면, 악이 승리하고 정의가 패배하기로, 혹은 그 반대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승리라는 현상 자체는 철저히 가치중립적이고 악과 정의는 그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각자의 입장일 뿐이지...
단, 여기서 악이 승리할 가능성을 극도로 높이는 중요한 요소는 악은 그 승리를 향한 수단을 취함에 있어서 그 수단에 대한 2차적인 가치판단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100만원을 벌기 위해서 정의를 지향하는 사람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통해서 100만원을 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악은 이런 '올바른' 방법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행인을 털 수도 있고, 누군가를 공갈협박해서 돈을 뜯어낼 수도 있다. 물론 그 방법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정의를 지향하는 경우보다 훨씬 '넓은 선택의 가능성'을 가진 것만은 분명하고,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악은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택할 수 있으며('정의'가 사용하는 방법을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은 당연하고), 결과적으로 세상에서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라도) 악이 승리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어쨌든, 각설하고, '쿠레나이'에 대해서도 언젠가 보다 자세히 글을 작성해보고 싶기도 한데... 작가가 글을 안쓴다. -_-;
내가 좋아하는 라이트노벨은 미완인 상태로 장난 아니게 오래간다는 징크스가 시작된 소설같기도 하고...

한가지 독특한 것은, '쿠레나이'를 보면서 글을 쓰려는 입장에서 많은 인상을 받았는데,  또 한편으로 큰 인상을 받게 된 또다른 작품이 '바케모노가타리(괴물 이야기)'이기도 해서...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쿠레나이'의 작가, 카타야마 켄타로가 '바케모노가타리'의 NISIOISIN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거. -_-;

뭐, 카타야마 켄타로의 캐릭터 메이킹이 니시오이신과 매우 유사하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나는 캐릭터로써는 오히려 카타야마 켄타로의 캐릭터들이 더 마음에 들기는 했다.

다만, 바케모노가타리가 나에게 인상을 준 것은, 구성과 분량, 각 에피소드간의 유기성이랄까...
나는 통상의 라이트 노벨에서 많은 경우 글이 '짧고 가볍게' 쓰여지는 것을 아쉬워했기 때문에, 이를 적당히 절충하는 방법을 찾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익스트림 노벨(원래는 학산 문화사 발매의 라이트 노벨의 통칭이다)류 중에서도 특히 파우스트 노벨(원래는 익스트림 노벨로 통합돼 있었으나(ex.공의 경계), 나중에 분화됐다.) 쪽의 '두꺼운' 소설들을 가지고 깊이 생각할 때가 많았다.

사실 익스트림 노벨로 나왔던 공의 경계도 어느 쪽이냐면 그 중에 속하겠지만, 공의 경계보다는 바케모노가타리가 훨씬 더 시사하는 바가 컸다.

뭐, 당장 당기는 소설들이 많지 않아서 문제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파우스트 노벨 쪽의 소설을 좀 더 많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긴, 다른 '모노가타리' 시리즈도 속속 나올 거라 예상되기는 한다.

덧붙여 생각하는 것은 일러스트이다.
공의 경계는 물론, 바케모노가타리도 그랬지만, 이와 같은 작품들은 통상의 라이트 노벨보다 일러스트가 극단적으로 적다.
나는 라이트노벨을 이렇게 생각했다.
뭐랄까...
통상의 소설들이 소설을 토대로 독자가 그림을 머릿속에서 처음부터 '스스로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라이트노벨같은 경우는 영화의 배우와 시나리오를 던져주고 독자에게 '연출을 시키는' 느낌이랄까...
그만큼 캐릭터성이 강하고, 일러스트레이터의 역할이 크다는 느낌이다. 독자가 처음에 접하는 등장인물의 일러스트는 소설의 진행에 따라 계속 그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좋은 일러스트레이터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것도 라이트노벨 작가로써는 큰 행운이 아닐까 싶다.
뭐, 일러스트를 얼마나,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도 많은 생각이 필요할 듯 하다.

뭐, 근본적으로 나는 글을 쓸 때에 있어서 많은 수정노력이 필요한데...
종종 듣는 얘기기도 하고, 정신과 상담에서도 얘기했던 거지만(정신과 상담 때는 원래 이 얘기를 하던 게 아니라, '블로그를 쓴다'고 했을 때, "글쓰시는 걸 좋아하시나봐요"라고 얘기가 나와서 얘기가 진행됐었다. -_-;), 내가 쓰는 글은 (지금 이 글도 그럴지도) 굉장히 한 문장의 호흡도 길 뿐더러, 글 자체가 장문이 되고, 너무 많은 부분을 묘사하거나 설명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어서, 읽는 사람의 평가를 빌자면, '논문같다.'는 인상을 줄 때가 많다.

전에 블로그 쓰면서도 생각했던 거지만, 이상하게 정성을 별로 안들이고 짤막하게 쓴 글은 많은 반응이 있던 반면, 정성들여 길게 쓴 글은... 오히려 아무도 안읽는다.
하긴, 나도 그러니 뭐...-_-;

어쨌든.
진득하게 앉아서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하하하... 비싼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언젠가 그렇게 되겠지.
어머니도 책 내셨고 말이지.
원래는 같이 책을 내려고 했는데, 그 전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러지 못하게 됐네.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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